아파트나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면 보통 매달 관리비를 납부하게 됩니다. 관리비 고지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장기수선충당금’ 이라는 항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 건물의 안전을 지키고 시설을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해 징수하는 특별 관리비입니다. 이 돈은 엘리베이터를 수리하거나 교체하고, 건물의 외벽을 다시 칠하는 등의 목적에 사용됩니다. 즉, 공동주택의 공용 시설이 노후되었을 때 이를 보수하거나 교체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미리 조금씩 적립해 두는 금액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세입자가 이사를 나갈 때, 그동안 납부했던 이 ‘장기수선충당금’을 집주인으로부터 돌려받을 권리가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 부담 주체
세입자(사용자)와 집주인(소유자) 중 누가 장기수선충당금을 부담해야 하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1조 제7항을 보면, “임차인이 장기수선충당금을 소유자를 대신하여 납부한 경우, 공동주택의 소유자는 그 금액을 임차인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동주택관리법」에 명확히 명시되어 있듯이, 장기수선충당금의 부담 주체는 소유자(집주인)입니다.
하지만 장기수선충당금은 보통 매달 나오는 관리비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리사무소는 징수의 편의를 위해 일반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을 함께 청구합니다. 그 결과, 소유자가 아닌 세입자가 관리비를 통해 소유자 대신 장기수선충당금을 자동으로 납부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입자는 살던 집에서 이사를 나갈 때, 관리사무소를 통해 임대차 기간 동안 본인이 납부한 장기수선충당금 총액이 얼마인지 확인하고 집주인에게 환급을 요청해야 합니다. 집주인이 그동안 세입자가 낸 장기수선충당금을 돌려주면, 이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됩니다.
장기수선충당금 반환 분쟁
반환 청구 소송 사례
세입자가 거주한 기간에 따라 장기수선충당금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쌓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돌려줘야 할 금액이 목돈이 되다 보니, 집주인 입장에서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거나 이 제도를 잘 모를 경우 “내가 이 금액을 꼭 돌려줘야 하나?”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장기수선충당금 반환과 관련하여 소송이 진행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법원은 “세입자가 소유주인 집주인을 대신하여 장기수선충당금을 납부했다면, 이는 집주인에게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집주인은 해당 금액을 세입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라고 판결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집주인은 법적으로 세입자에게 장기수선충당금을 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 임차인 부담 특약 사항으로 계약할 경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세입자가 장기수선충당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특약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 계약은 유효할까요, 아니면 무효일까요?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강행규정’과 ‘임의규정’이 있습니다. ‘편면적 강행규정’이란 당사자끼리 합의했더라도 약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속은 허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은 세입자를 약자로 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세입자에게 불리한 특약은 효력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세입자는 임대차 기간이 끝날 때 장기수선충당금 반환을 요구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은 세입자에게 매우 불리해 보입니다. 하지만 장기수선충당금의 경우,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집주인이 내야 한다고 강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를 ‘임의규정’으로 봅니다.
이는 곧 특약이 법보다 우선한다는 뜻입니다. 즉, 계약서에 “장기수선충당금은 세입자가 부담한다”라는 내용을 따로 적었다면, 나중에 세입자는 집주인으로부터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이 점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유권해석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세입자는 계약을 할 때 장기수선충당금과 관련하여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특약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장기수선충당금 반환 청구 소멸시효
만약 세입자가 장기수선충당금에 대해 잘 몰라서 그냥 이사를 나왔다면 어떻게 될까요?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에도 집주인에게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법률 용어 중에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한인 ‘소멸시효’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민사 채권의 시효는 10년이며, 상사 채권의 시효는 5년입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민사 채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10년입니다. 즉, 이미 이사를 나왔더라도 10년 이내라면 여전히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혹시 받지 못한 금액이 있다면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돌려받으면 됩니다.
또한, “거주하는 동안 집주인이 바뀌었다면, 새로운 집주인에게 돈을 달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답은 ‘네, 가능합니다’입니다. 새로운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으므로, 세입자는 퇴거할 때 그동안 납부했던 전체 기간의 장기수선충당금을 요구하면 됩니다.
마무리
매달 아파트 관리비에서 빠져나가는 장기수선충당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항목입니다. 그러나 이사를 하게 되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뒤늦은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의 부담 주체는 해당 부동산의 소유자인 집주인이라는 점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장기수선충당금 부담 주체를 명시한 특약 조항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계약 종료 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현명하게 대응하시기 바랍니다.